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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함- 붉은 입술에 지는 푸른 꽃(1) 바람조차 쉬어 갈 것 같이 높은 절벽을 뒤로 드넓게 펼쳐진 평원. 그 위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던 한 사내에게 잠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몸을 비스듬히 일으킨 문노는 이화랑에게 무심한 듯 입을 열었다.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 이화랑을 마주 대하면서도 이렇다할 경외심이나 어려움은 찾기 힘든 그였다. 문노는 이화랑의 곁에 있던 소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툭 던지듯 말했다. 광오한 말이었지만 이화랑은 오히려 내심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17세에 백제 성왕과의 싸움에서 공을 세운 뒤로 잇따라 고구려와 북가야 반란군과의 전투에서 공을 세웠지만 출신 성분으로 인해 지금까지 일개 무사의 몸으로 지내고 있던 문노가 아니였던가? 때문에 지금 그의 말은 사다함에게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조적인 독백으로 들렸다.. 2022. 3. 17.
유류-한국 고대사에 거대한 비극과 재앙을 잉태한 한 남자(1) 한 남자에 대해 얘기를 하고자 한다. 우유부단하지만 때로는 잔혹한 결단을 서슴없이 내렸으며 겁이 많고 나약하지만 수많은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그의 이름은 유류. 고구려의 이대 군주이다. 이제는 활자화된 기록으로만 그 자취를 더듬을 수 없는 유류라는 사내는 누구에겐 교과서를 통해 헤어진 여인을 그리워하는 시조를 지은 황조가를 통해 마치 로맨티스트처럼 기억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고대사의 가장 비난받아야할 마땅한 비극과 재앙을 스스로 불러들인 남자다. ********* 지금으로부터 이천여년전인 서기전 37년. 일단의 사내들을 태운 말들이 추격하는 군대를 뿌리치며 달아나고 있었다. 선두의 선 사내의 이름은 주몽. 그는 동부여에서 태자인 대소의 견제와 시기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졸본으로 몸을 피하게.. 2022. 3. 17.
고려 서희, 대륙 최강 거란을 참교육하다(3-완결) 소손녕의 명에 고려 사신단이 머무르고 있는 막사에 이른 거란 병사는 어색하게 고려 병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서희와 달리 좀체 잠을 이루지 못했던 이지백은 번쩍 눈을 떴다. 막사밖에서 들려온 음성은 흉흉한 거란 병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공손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서희가 말한 기선 제압이 성공했다는 것을 뜻했다. 그가 화색을 지으며 서희에게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의관을 정제하고 있었다. 잠시 뒤. 믿기 힘들게도 막사 앞에는 소손녕이 장수들을 거닐고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게다가 일전과는 다르게 부월을 든 병사들대신 거란의 장수들이 배석해 있었다. 소손녕과 서희는 서로 마주 읍을 하며 인사를 한 뒤 막사안으로 들어섰다. 소손녕의 직책이 동경 유수라는 사실은 중앙군에서 파견된 .. 2022. 3. 14.
강태공과 강감찬 일화-그대, 나이 들었음을 서러워 말라. 우리는 흔히들 허송세월을 보내며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노인을 가리켜 강태공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이런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실제 역사 속에서 강태공은 일흔을 헤아리는 세월에도 조급해하지 않고 때를 기다려 주무왕을 도와 천하통일이라는 불후의 공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그 덕분으로 제나라의 시조에까지 봉해졌지요. 강태공은 일생에 걸쳐 학문에 전념하였으나 당시 은나라는 주왕의 폭정으로 인해 많은 지사들과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매일같이 죽임을 당하고 권력과 잇속에 재빠른 간신들만이 왕의 주위에서 출세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변방에서는 조금씩 혁명의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으나 강태공은 주왕은 물론 이런 변방에서 혁명을 일으키려는 세력들에게도 함부로 출사出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혁명의.. 2022.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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