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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소극장

사다함- 붉은 입술에 지는 푸른 꽃(1)

by 역뿌 202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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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조차 쉬어 갈 것 같이 높은 절벽을 뒤로 드넓게 펼쳐진 평원.

그 위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던 한 사내에게 잠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몸을 비스듬히 일으킨 문노는 이화랑에게 무심한 듯 입을 열었다.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 이화랑을 마주 대하면서도 이렇다할 경외심이나 어려움은 찾기 힘든 그였다.

 

 

문노는 이화랑의 곁에 있던 소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툭 던지듯 말했다.

 

 

 

광오한 말이었지만 이화랑은 오히려 내심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17세에 백제 성왕과의 싸움에서 공을 세운 뒤로 잇따라 고구려와 북가야 반란군과의 전투에서 공을 세웠지만 출신 성분으로 인해 지금까지 일개 무사의 몸으로 지내고 있던 문노가 아니였던가?

 

때문에 지금 그의 말은 사다함에게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조적인 독백으로 들렸다.

 

문노의 시선이 그제서야 사다함을 향했다.

 

 

 

문노의 시선은 자신의 예리한 기세를 받고도 피하거나 위축되지 않는 사다함에게 이채를 발했다.

그가 들판에 뉘웠던 몸을 일으키자 위압감과 기세는 더욱 거대해져 갔다.

비로소 사다함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내가 사람들이 격검의 일인자라고 칭송하는 문노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것인지 의외로 문노는 놀라지 않고 심상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나이임에도 의기롭고 집념이 느껴지는 사다함의 대답이었지만 문노는 옅게 쓴웃음을 지었다.

 

 

 

문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다함이 크게 놀란 것은 물론이고 옆에 있던 이화랑 또한 불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문노는 자신의 말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무심한 표정이었다.

 

 

 

 

가야의 왕손이기도 한 문녀였기에 자신에게 민감한 얘기일 수도 있는 일을 언급하면서도 이렇다할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스승이 될지도 모를 문노의 말에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사다함의 모습에서 열두살에 불과한 소년을 찾기란 어려웠다.

문노 또한 그런 그의 모습이 오히려 마음에 든 것인지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문노의 말에 사다함은 깨닫는 바가 있었는지 낮게 탄성을 터뜨렸다.

지금은 세가 위축되었다하나 고구려가 강성할 시기 중원에까지 자신들의 영토를 넓혔으며, 백제 또한 왜국과 중원 남부지방에까지 분국들을 둘 정도로 융성했을 때가 있었던 것이다.

 

 

 

문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다함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가슴속에 벅찬 무엇인가가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었다.

 

 

검에 있어서 삼한내에 그 누구도 당할 자가 없다는 문노였지만, 세상을 보는 시야에 있어서도 그릇이 달랐다.

그것은 젊은 나이의 치기나 오만함이 아닌 수십, 수백년 후의 정세까지 미리 헤아린 담대함이었다.

언제 먹히고 먹힐지 모르는 삼국의 정세속에서 통일, 그 이후까지 내다보는 일이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다함은 말과 함께 왼쪽 무릎을 땅바닥에 꿇으며 두 손으로 검을 받쳐보였다. 문노를 만나기전 이화랑에게서 그의 제자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단지 자신의 격검이 더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었다. 그러나 지금에 있어서는 격검은 차치하고 문노라는 사내를 곁에서 끝까지 따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문노는 바람에 의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 사이로 드러난 그의 두눈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이런 정도의 재능과 품성을 가진 소년이라면 자신 또한 기꺼이 제자로 삼기를 원하는 바였다.

 

 

 

2부에 계속....

 

 

 

*본 역사 각색 포스팅은 본 블로그 '역사의 뿌리' 창작입니다. 펌은 환영하지만 출처는 항상 링크를 남겨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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