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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소극장

고려 서희, 대륙 최강 거란을 참교육하다(3-완결)

by 역뿌 2022.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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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손녕의 명에 고려 사신단이 머무르고 있는 막사에 이른 거란 병사는 어색하게 고려 병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서희와 달리 좀체 잠을 이루지 못했던 이지백은 번쩍 눈을 떴다. 막사밖에서 들려온 음성은 흉흉한 거란 병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공손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서희가 말한 기선 제압이 성공했다는 것을 뜻했다.

 

 

그가 화색을 지으며 서희에게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의관을 정제하고 있었다.

 

 

 

 

 

 

 

잠시 뒤.

 

 

믿기 힘들게도 막사 앞에는 소손녕이 장수들을 거닐고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게다가 일전과는 다르게 부월을 든 병사들대신 거란의 장수들이 배석해 있었다.

 

 

 

소손녕과 서희는 서로 마주 읍을 하며 인사를 한 뒤 막사안으로 들어섰다.

 

 

 

 

소손녕의 직책이 동경 유수라는 사실은 중앙군에서 파견된 장군이 아닌 지방 관리로서 명령권이나 거느릴 수 있는 병력수에 있어서 제한이 있음을 뜻했다. 그것은 80만 대군이라던 거란군의 숫자가 허수일거라는 서희의 짐작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또한 더 이상 전황이 확전되면 곤란한 것은 오히려 거란군 쪽이라는 것도 사실도.

 

 

 

 

 

회담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판단한 것인지 소손녕의 말이 힘있고 빠르게 변해갔다.

 

 

 

 

 

 

같은 유목국가이며 대제국이였지만 지금은 사라진 고구려의 후예임을 자처하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나 불구대천지 원수로서 멸시해 마지않는 한족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기에 소손녕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지백은 또 다시 조마조마해졌다. 소손녕의 불같은 성정으로 보아 이번에야 말로 피를 보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였다. 하지만 일전과는 달리 소손녕은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어보였다.

 

 

 

거란 장수가 눈알을 부아렸다. 동경은 다름아닌 소손녕이 유슈로 있는 지역이 아니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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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가 어깨가 늘어진 채 막사를 떠나자 소손녕은 서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손녕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기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서희의 두 눈이 빛났다. 소손녕이 처음으로 이번 전쟁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상대의 진정한 의도를 알 수 있다면 강화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었다.

 

 

소손녕은 서희를 힐끔 바라보았다. 온유한 인상과는 다르게 벌어진 어깨와 굳은 살이 박혀있는 손들을 볼 때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었던 바는 있었다.

 

 

 

 

 

거란을 치켜세우는 서희의 말에 소손녕은 우쭐해졌지만 한편 마음이 다급해졌다.

 

 

 

 

 

소손녕은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여진은 거란으로서도 손에 가시처럼 성가신 적이었다. 하지만 그 세력이 아직 크지 않을뿐더러 함부로 군사를 일으켰다가 서로 적국인 고려와 여진이 손을 잡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터였다.

 

 

서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손녕의 막사에 걸쳐져 있는 지도의 한 지점을 손으로 짚었다.

 

 

 

소손녕은 서희의 계책이 고려만이 아니라 여진에 대한 후방의 위협까지도 없앨 수 있는 최고의 계책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강동을 내어줌으로서 거란이 얻는 실리는 하나 더 있었다.

 

 

 

뱃길을 통해 고려가 송나라에 원군이나 물자를 지원한다면 거란의 특기인 기병으로 단숨에 송을 함락시킨다는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은 거란의 오랜 근심거리였다.

 

 

소손녕 자리에서 일어나 서희의 두 손을 맞잡았다. 협상의 양 당사자가 서로 일방적인 양보나 타협이 아닌 최선의 실리를 챙기고 만족하니 이보다 좋은 결과는 없었다.

 

 

 

 

 

 

회담을 지켜보고 있던 이지백은 마치 선언과도 같은 소손녕의 외침이 끝나자 그제서야 남몰래 깊은 숨을 내쉬며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이지백은 서희를 새삼스레 바라보았다. 거란군은 물론 고려 사신들까지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한 가운데 그는 골몰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서희의 머리속은 이미 강동과 여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고려의 건국 이념인 고구려의 고토 회복.

그 머나먼 여정에 이제 막 한걸음을 내딛었을 뿐이라 생각하며.

 

 

- 완결

 

 

*본 역사 각색 포스팅은 본 블로그 '역사의 뿌리' 창작입니다. 펌은 환영하지만 출처는 항상 링크를 남겨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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