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6년, 흩어져 있던 부족들을 통일한 거란의 야율아보기는 엄청난 기세로 발해를 멸망시키고 중국의 연운 16주를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거란은 송을 공략하기에 앞서 배후인 고려를 굴복시키키위해 군사를 일으킨다.
993년 10월, 마침내 거란 장군 소손녕의 대군이 고려 북쪽 국경지역인 봉산군을 향해 밀려들고 장수 윤서안등이 응전하였으나 패배를 하고 만다.
예상을 뛰어넘는 적군의 병력 숫자에 성종은 한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며 침음성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군주인 성종 이하 대전에 모인 고려의 문무백관들은 압도적인 거란의 군세앞에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그런 그들 가운데 홀로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다름아닌 내사시랑 직위에 있는 서희였다.
그리고 열흘 뒤.....
젊은 군주 성종은 참람한 거란의 태도앞에 당장이라도 전군을 일으켜 일전을 치르고 싶었으나 건국된지 얼마 되지 않은 고려의 대를 이은 군주로서 자신의 감정에 국가의 명운을 걸 수는 없었기에 그저 분통함만을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성종의 억눌린 감정은 고스란히 대신들에게도 전해졌기에 한동안 대전안은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러나 그 침묵은 한발 앞으로 나선 서희의 음성에 의해 깨어졌다.
압도적인 거란군의 위세에 고려 조정의 분위기는 할지론(영토분할)까지 감수하여 강화를 맺어야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기에 여기저기서 서희를 비난하는 말들이 빗발쳤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없이 진중한 서희의 음성은 계속 이어졌다.
당시 안융진성은 고려 북방의 군사적 요충지로서 발해 왕족 출신 중랑장 대도수, 고려 건국공신 유금필의 후손 낭장 유방이 지키고 있었다.
거란 대군과 일전을 앞두게 되었지만 두사람의 모습은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오히려 기꺼워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대도수는 거란에 의해 멸망당한 발해 왕족으로서 원한이 깊었으며 유방 역시 혈기넘치는 젊은 장수로서 고려 최고 용장이라 전해지는 유금필의 후손답게 위명을 떨치고자 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서희의 밀정 덕분에 방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던 자신감이 컸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몇시진 뒤.
봉산군의 승리에 도취하여 방심하던 거란군은 미리 매복등을 통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던 대도수와 유방의 군사에 의해 무참히 패배를 하며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고려 군사들의 함성이 그칠 줄 모르고 푸른 하늘로 드높아져고 있는 가운데 마주한 두 장수의 시선은 뜨겁게 얽히며 두 손을 굳게 맞잡았다.
그리고 안융진에서의 승전보는 곧 전령에 의해 고려의 수도에까지 전해지게 된다.
격동을 감추지 못한 것인지 성종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 있었다. 대전에 모인 대신들 역시 놀라움과 기쁨이 빠르게 번져나갔다.
항상 진중함을 유지하던 서희 역시 한줄기 안도감을 느끼며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난국의 전환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인가?
일전과는 달리 대전에 모인 문무백관들은 그 누구도 서희의 말에 반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성종은 서희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젊은 군주 성종이 자신에게 내보이는 깊은 마음 씀씀이에 서희는 감격했으나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뛰어난 통찰력으로 고려의 영토를 지켜낸 서희였으나 나라의 위기는 여전한 상태였다.
그는 전쟁보다 더 치열할지 모를 거란과의 단판 회담을 성공시키키 위해 거란 진영으로 향하게 되는데..
2부에 계속....
*본 역사 각색 포스팅은 본 블로그 '역사의 뿌리' 창작입니다. 펌은 환영하지만 출처는 항상 링크를 남겨주시기를 바랍니다.
'역사 소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다함- 붉은 입술에 지는 푸른 꽃(1) (0) | 2022.03.17 |
---|---|
고려 서희, 대륙 최강 거란을 참교육하다(3-완결) (6) | 2022.03.14 |
고려 서희, 대륙 최강 거란을 참교육하다(2) (1) | 2022.03.11 |
구진천, 공돌이가 나라를 구하다!(2부-완결) (0) | 2022.03.08 |
구진천, 공돌이가 나라를 구하다!(1부) (0) | 2022.03.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