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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노3

사다함- 붉은 입술에 지는 푸른 꽃(4-완) 백성들의 부산함과 환호소리 속에 전쟁에서 승리하고 귀환한 신라군은 도성의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특히나 백성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사다함이었는데 휘하의 오천 병력으로 선봉으로 가야의 도성을 격파했을 뿐만 아니라 하사받은 포로들을 전부 풀어주고 식읍으로 내려진 알천의 땅조차 반납하니 고하를 막론하고 다들 그 미덕을 칭송하였다. 풍월주인 이화랑 또한 이미 자신의 직위를 물려줄 뜻을 밝힌 터였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보다 지금 사다함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백성들의 환호성속에서 사다함은 한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달랬다. 진흥왕은 들뜬 사다함의 말투와 상기되어 있는 얼굴에서 무엇인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는지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내심 무거운 한숨을 .. 2022. 3. 24.
사다함- 붉은 입술에 지는 푸른 꽃(3) 진흥왕23년(562년) 9월에 가야(加耶)가 배반하였으므로 왕이 명하여 이사부(異斯夫)에게 토벌하게 하고, 사다함(斯多含) 에게 그를 보좌하도록 하였다-삼국사기 신라본기 제4권 신라와의 전쟁에서 열세에 있던 가야는 왜국까지 끌어 들였지만 가열찬 신라군의 공세에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런 신라군의 선두에는 낭도들을 이끌고 있는 사다함의 모습이 보였다. 흙먼지와 적의 피를 뒤집어 쓴 그의 모습에서 평소의 준수함을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치열한 전투의 와중에 끊임없이 적들을 상대하는 와중에도 사다함은 마치 부적처럼 마음속으로 무엇인가를 되뇌이고 있었다. 그것은 미실이 자신이 출정을 떠나기전 춤과 함께 불러주었던 향가였다. 어서 돌아와 다시 만나 안고 보오... 아아, 임이여. 잡은 손을 차마 떼라니오.... .. 2022. 3. 23.
사다함- 붉은 입술에 지는 푸른 꽃(1) 바람조차 쉬어 갈 것 같이 높은 절벽을 뒤로 드넓게 펼쳐진 평원. 그 위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던 한 사내에게 잠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몸을 비스듬히 일으킨 문노는 이화랑에게 무심한 듯 입을 열었다.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 이화랑을 마주 대하면서도 이렇다할 경외심이나 어려움은 찾기 힘든 그였다. 문노는 이화랑의 곁에 있던 소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툭 던지듯 말했다. 광오한 말이었지만 이화랑은 오히려 내심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17세에 백제 성왕과의 싸움에서 공을 세운 뒤로 잇따라 고구려와 북가야 반란군과의 전투에서 공을 세웠지만 출신 성분으로 인해 지금까지 일개 무사의 몸으로 지내고 있던 문노가 아니였던가? 때문에 지금 그의 말은 사다함에게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조적인 독백으로 들렸다.. 202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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