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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소극장

사다함- 붉은 입술에 지는 푸른 꽃(4-완)

by 역뿌 2022.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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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의 부산함과 환호소리 속에 전쟁에서 승리하고 귀환한 신라군은 도성의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특히나 백성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사다함이었는데 휘하의 오천 병력으로 선봉으로 가야의 도성을 격파했을 뿐만 아니라 하사받은 포로들을 전부 풀어주고 식읍으로 내려진 알천의 땅조차 반납하니 고하를 막론하고 다들 그 미덕을 칭송하였다.

풍월주인 이화랑 또한 이미 자신의 직위를 물려줄 뜻을 밝힌 터였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보다 지금 사다함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백성들의 환호성속에서 사다함은 한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달랬다.

 

 

 

 

 

 

 

 

 

 

진흥왕은 들뜬 사다함의 말투와 상기되어 있는 얼굴에서 무엇인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는지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내심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사다함을 바라보았다.

 

 

 

 

 

사다함은 진흥왕의 입에서 난데없이 미실이 거론되자 내심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진흥왕은 침중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진흥왕의 말은 그 이후로 계속 이어졌으나 사다함은 그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귓속에서 벌이 우는 소리와 같은 소음만이 들리며 주변의 사물이 어그러지고 있었다. 

 

미실.. 그리고 세종.

 

사다함은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더니 그 자리에서 허물어져 내렸다.

 

 

 

 

 

 

 

 

 

청조가

파랑새여 파랑새여 저 구름위의 파랑새여
어이하여 내 콩밭에 내렸는가


파랑새여 파랑새여 내 콩밭의 파랑새여
어이하여 다시 날아 구름 위로 가는가

이미 왔으면 가지 말지 또 갈 것을 왜 왔는가
공연히 눈물짓게 하고 상심하여 여윈 끝에 죽게 하려는가

나는 죽어 무슨 귀신이 될까, 나는 죽어 신병이 되리
그래서 그대에게 날아들어 수호신이 되어
아침 저녁으로 전군 부처 보호하리
천년 만년 죽지 않도록.
-사다함

 

문노는 사다함이 죽기전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향가가 적힌 글귀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미실을 잃은 슬픔이 뼈와 살에 사무쳐 그 상심한 마음을 견디지 못한 사다함은 날로 여위더니 결국 칠일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는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에도 미실에 대한 자신의 변치않은 애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문노는 자신의 등뒤에서 들려온 음성에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건조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세종과 미실사이에 얽힌 사연은 문노 역시 알고 있는 터, 그는 살기를 억누르며 퉁명스레 말했다.

 

세종의 말에 문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침중한 표정으로 문노가 아무 말도 없자 세종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간절히 말했다.

비록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나 문노 또한 화랑에 소속되어 있는 만큼 풍월주가 된 세종이 이러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파격적으로 자신을 낮춘 것이라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백제,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문노의 조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막연한 약속이었지만 세종은 더이상 그를 다그치지 않았다.

몸을 돌려 멀어져가는 그의 모습을 한참동안 응시하고 있던 문노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사다함의 죽음으로 신라와 자신과 연결되어 있던 그 무엇인가도 끊어져버린 기분이었다. 

 

 

 

그후....

 

591년, 고구려의 무장 온달이 신라에게 상실한 계립령과 죽령 이북의 땅을 되찾기 위해 신라를 침공하니 나라가 존망지추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다함의 죽음 이후로 전쟁의 일선에 나서는 대신 화랑들을 지도하던 문노가 마침내 휘하 병력을 이끌고 온달과 일전을 벌여 신라를 위기에서 구해내게 된다.

 

또한 권력앞에 무참히 진실한 사랑을 짓밟혀버린 미실은 그후로 자신의 미모와 총명함을 이용하여 권력을 한손아귀에 틀어쥐고 신라를 쥐락펴락하기까지에 이른다.

 

이 모든 것은 이때로부터 한참 후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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