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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소극장

사다함- 붉은 입술에 지는 푸른 꽃(2)

by 역뿌 2022.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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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4년 뒤,

 

 

문노는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사다함을 바라보았다.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린 십육세에 불과했지만 이미 그의 신분은 화랑에서 풍월주 다음 가는 신분인 부제직에 머물러 있었다. 고귀한 진골 혈통을 타고 났으며 풍채가 청순하고 뜻이 방정하여 이미 사다함을 따르는 낭도만도 천여명을 헤아릴 정도였다.

 

그런 사다함이 지금 아직 신라에 병합되지 않은 가야국 중 하나인 대가야와의 전투에 자신의 스승인 문노에게 동행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수십의 낭도들의 숨죽인 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문노로서는 이번 전쟁에 나선다면 가야 출신이라는 한계 때문에 그동안 감수해야했던 부당한 대우를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다함은 문노가 가야와의 전쟁에 참전하기를 거부하는 심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권유를 하지 못했다.

 

 

 

 

 

 

문노의 말은 가야와의 전쟁에서 승리 이외에 지나친 살생을 피하라는 당부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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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노에게 고개를 숙여보인 뒤 자신의 낭도들을 이끌고 돌아가던 중, 한 낭도가 불만스런 어투로 사다함에게 넌지시 말했다.

 

 

 

 

그의 말에 다른 낭도들의 표정 또한 대부분 동조하는 듯했다. 사다함을 따르는 낭도들은 거의 신라 출신이었기에 불만이 불거져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다함은 그런 낭도의 말을 일소에 붙인 후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사다함에게서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낭도는 그 이상 말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문노의 밑에서 수련을 한 이후로 그의 위압감은 범인들로서 감히 받아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사다함의 말에 낭도들은 일제히 예를 표해 보이며 자리에서 흩어져 각자 사라졌다.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사다함 역시 자신의 거처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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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처로 돌아온 사다함의 어깨에 갑작스럽게 한 소녀가 두팔을 뒤에서 두르며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긋한 음성과 함께 가지런히 드러난 흰 치열은 선명한 붉은 색 입술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사다함이 고개를 돌리자 소녀, 미실의 얼굴은 그와 숨결이 서로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그로 인해 사다함은 그녀의 체향이 희미하게 풍겨오는 것을 느꼈다.

 

 

 

사다함보다 한살이 어린 미실이었지만 애정을 표하는 일에 있어서는 항상 더 적극적이었다. 

붉게 물든 자신의 볼에 그보다 더 붉은 미실의 입술이 닿자 사다함은 그녀가 눈치 챌까 걱정이 될 정도로 거세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사다함의 입술을 탐미하던 미실은 투정 섞인 어투로 말하며 밀착되어 있던 사다함을 슬쩍 밀어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느끼며 애정 어린 몸짓에 한껏 몸이 달아 올라있던 사다하은 어리둥절했지만 곧 사과했다.

 

 

 

방금 전까지의 열기 때문일까? 

두볼이 물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보였다.

사다함은 그녀를 이렇게 자신에게 있게 해 준 그 모든 것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는 미실의 말에 사다함은 흠칫했으나 이내 무엇인가 결심을 내린 듯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예기치 못한 말을 들은 미실의 두 눈이 확연하게 커지더니 이내 물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사다함은 난처한 기색으로 그녀의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미실은 아직까지 젖어 있는 두 눈으로 활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다함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무엇인가 가슴속에서 뜨겁게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다함의 말을 들은 미실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곧 커다란 기쁨으로 번져갔다.

 

 

 

 

사다함을 애정어린 눈빛으로 응시하던 미실은 문득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미 어린 나이에 무용에 있어서도 이름이 높은 미실인지라, 그녀의 손길에 따라 꽃잎이 피어나고 노래를 타고 바람이 일어나는 착각이 들었다.

 

 

바람이 불어도 임 앞엔 불지 마오.....

물결이 쳐도 임 앞엔 치지 마오.....

어서 돌아와 다시 만나 안고 보오....

아아, 임이여 잡은 손을 차마 떼라니요....

 

사다함은 그런 미실의 모습을 언제까지라도 바라보고 있을 것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슴속에 남아 있던 불안함은 어느새 씻긴 듯 사라진지 오래였다.

 

 

3부에 계속....

 

 

 

*본 역사 각색 포스팅은 본 블로그 '역사의 뿌리' 창작입니다. 펌은 환영하지만 출처는 항상 링크를 남겨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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