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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소극장

고려 서희, 대륙 최강 거란을 참교육하다(2)

by 역뿌 2022.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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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란군과 강화를 위해 서희와 함께 사행을 떠나던 사내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그는 민관어사 이지백이라는 자로서 일전 조정에서 서희와 더불어 거란에 대해 굴욕적 강화를 반대했던 인물이었다.

 

목숨을 기약할 수 없는 길이었다. 현재 거란군은 안융진에서 대도수 장군에 의해 큰 패배를 당한터라 분노가 극에 치달아 있을 터, 그들과 협상을 하기 위해서라지만 자칫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단번에 목이 잘릴지도 몰랐다.

 

 

딴은 위로를 위해 한 말이었으나 서희는 전혀 근심스럽거나 두려운 기색이 아니였다.

 

 

서희의 신념에 찬 음성과 굳은 결의에 이지백은 의기가 끓어오르며 마음속에 있던 한줌의 두려움을 몰아냈다.

 

 

 

 

한편...

 

 

 

 

그리고 얼마 뒤 서희를 필두로 한 고려의 사신 일행은 거란군 진영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 행장을 푼 뒤 거란 병사들을 따라 소손녕의 막사로 향했다. 막사 양옆에는 대도를 치켜든 거란군 병사들이 양옆으로 흉흉한 기세로 도열해 있었다.

 

 

 

살기등등한 거란 병사의 외침에도 서희는 미동조차 없었다.

 

 

 

 

 

사신 일행들은 소손녕이 슬쩍 고개라도 까닥하면 날카로운 부월이 당장이라도 자신들을 내리찍으며 끔찍한 죽음을 맞이할 것 같아 현기증까지 날 지경이었다. 안절부절 못하는 일행들이 서희를 조급하게 바라보았지만 오히려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내 서희는 웃음기를 지우고 발을 들어 땅을 크게 박차더니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부아가 끓어오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희를 꾸짖으려던 소손녕은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졌다. 서희의 기세를 꺽기 위해 굴욕적인 행동을 강요했지만 이는 달리 보면 주군인 요나라 성종에게 참람한 행동으로 비춰질수도 있을 터. 왕의 위엄을 침해한 행위는 가차없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죄였다.

 

 

서희는 말과 함께 털끝 미련도 없이 몸을 돌려 막사를 빠져나갔다.

 

 

서희를 만나기전 기세등등했던 소손녕이었다. 하지만 허둥지둥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치다가 이내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는 어색하게 내뻗은 손을 부서져라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런 모습에 살기등등하게 도열해있던 거란 군사들마저 완연히 기세가 꺾은 채 멀어지는 서희 일행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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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막사로 돌아온 이지백은 평소 예의를 잃지 않던 그답지 않게 서희를 나무라듯 말했다.

 

 

 

이지백은 무슨 말인가 더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서희의 집안이 대를 이은 고려의 명문가로서 부친인 서필부터 목숨을 내놓고 왕에게 직언을 할 정도로 강골임을 알고 있었으나 아무리 그래도 적의 진영에서까지 이렇듯 대담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특히나 거란은 사람 피를 즐겨 마신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로 흉악한 무리들이 아니였던가.

 

말과 함께 이미 서희는 자리에 눕더니 이내 코를 골고 있었다.

 

 

 

 

한편 그렇게 서희가 일행들을 데리고 떠나간 뒤 소손녕은 병사들을 물린 채 홀로 심각한 낯빛으로 막사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고려 사신들 역시 부산하게 대책에 여념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소손녕의 예상을 배신하는 거란 병사의 대답이었다.

 

 

 

뜨거운 숨을 내쉬며 소손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울그락불그락하며 한참이나 구겨진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병사가 부리나케 막사를 빠져나간 뒤 소손녕은 턱을 쓸어만지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3부에 계속.....

 

 

 

*본 역사 각색 포스팅은 본 블로그 '역사의 뿌리' 창작입니다. 펌은 환영하지만 출처는 항상 링크를 남겨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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